2007-06-07 00:14:36
기술은 너무 빠른 속도로 변화해 가기 때문에, 때로는 제도나 환경이 따라 주지 못하는 경우가 종종 있습니다.
최근 IT 업계에서 큰 화두이면서도, 도무지 진전을 보이지 않는 부분이 있습니다. 바로 IPTV이지요. IPTV라는 이야기가 뉴스에서 나오기 시작한지 이미 몇 년이 지났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직 제대로 서비스가 시작되지 못하고 있으며, 하나TV같은 VOD 성격의 Pre-IPTV 정도가 서비스 되고 있습니다.
이러한 문제의 근본에는 디지털 기술의 발전이 가져 온 영역간의 컨버전스가 자리잡고 있습니다. 서로 다른 도메인의 사업들이 디지털 기술에 힘입어 영역을 서로 확장하면서, 서로 비슷해져 가고 있는 것이죠. 그 결과 서로의 기존 관점과 이해 관계의 충돌이 생기고 있는 것이죠.
몇 가지 충돌을 예로 들어 보죠. 현재의 경우 가장 크게 대립하는 주체는 케이블 방송 사업자와 통신 사업자의 대립입니다.
KT와 하나로 같은 대형 통신 사업자가 IPTV 서비스에 뛰어드는 것에 대한 케이블 방송 사업자의 우려가 큰 것이죠. 전체 케이블 사업자 매출의 합이 KT 매출의 10% 선에 불과하기 때문에, 이러한 우려는 분명히 이유가 있는 것일 겁니다. 하지만 통신 사업자 역시 정체에 다다른 인터넷 서비스 성장을 극복하기 위해서 방송 서비스로 진입이 필요한 것이죠.
게다가 네트워크 기반의 사업자와 콘텐츠 기반의 사업자 역시 대립할 수 있습니다. 즉 우리가 휴대폰의 무선 인터넷 시장에서 경험한 것과 같이, 폐쇄적 네트워크로 지배적 영향력을 가지려는 네트워크 기반의 사업자가 나타날 수 있는 것이죠. 이 경우 컨텐츠 제공을 중심으로 하는 업체와의 충돌이 나타날 수 있습니다. 또한 방송사와의 협력 문제 역시 간단치는 않을 것입니다.
하지만 이 모든 문제를 잠시 뒤로 하고 생각해 보죠. 통신 사업자나 방송 사업자나 결국 최종적으로 지향하는 서비스의 모습은 동일합니다. 세부적인 사항에서 약간의 차이는 있을 수 있지만, 실제 사용자의 입장에서 명백하게 차이를 느낄만한 부분은 없습니다.
최종적인 서비스가 소비자에게 제공 될 때까지 어려운 과정을 거칠 것이고, 최종적으로 어떤 플레이어가 승자가 될 지는 알 수 없겠지만, 최종적인 모습은 이미 비슷한 모습을 그리고 있다는 뜻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가장 큰 문제는 오히려 다른 곳에 있습니다. 바로 정부 부처의 규제이죠. 방송사들은 방송법에 근거하여 규제를 받고 있고, 통신 사업자들은 전기통신법에 근거하여 규제를 받고 있는데 이 둘이 겹치면서 혼돈이 생기고 있습니다. 당연히 부처간의 주도권 싸움이 나타납니다.
또한 두 법안 모두 과거의 인식에 기반하고 있기 때문에 컨버전스가 일상화 된 현재를 반영하지 못 하고 있습니다. 게다가 틀을 만들어 두고, 그 틀 안에서 업체들의 합의를 중시하는 정부 부처의 특성 역시 문제를 어렵게 만듭니다. 기본적으로 시장의 플레이어들이 합의를 끝낼 때까지 규제를 풀거나 법안을 상정하지 않는 특성이 있기 때문입니다.
이러한 규제와 시장에 대한 통제가 어떠한 악영향을 끼치는 지에 대해서는 익히 알려져 있습니다. 게다가 정부 부처가 그렇게 중시하는 업체들간의 합의, 그 곳에는 사용자의 이익이라는 관점은 존재하질 않습니다.
정부의 규제와 기업들의 폐쇄적인 이익에 대한 추구가 결합된 결과를 우리는 이미 많이 경험해 왔습니다. 이러한 환경에서 결국 피해를 보는 것은 소비자인 것이죠.
한국에서 IPTV는 시기를 놓치거나 그들만의 이익을 보장하는 리그가 되고 말 것인지, 아니면 CDMA의 도입을 통해 거두었던 엄청난 성공을 다시 한 번 재현 할 수 있을 것인지 지켜 보아야 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