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리 사회는 보수와 진보, 두 가지의 정과 반이 싸우며 서서히 발전을 거듭합니다. 하지만, 새로운 혁명이 힘의 균형을 깨고 새로운 패러다임을 가져다주죠. 비즈니스 세상도 마찬가지입니다.
열심히 레드오션에서 싸우던 경쟁자들이 싸우는 것에 바빠 정신을 못차리고 있을 때, 싸움의 룰을 바꾼채 파괴적 혁신을 꾀한 기업이 홀연히 나타나 순간에 지배자적 위치를 차지하게 됩니다.
존속적 혁신을 꾀하며 기존 시장 지키기에 급급하던 기업은 도태되기 마련이죠. 이렇게 패러다임을 바꿀만한 혁신은 바로 기술의 발전에서 비롯됩니다.
사회 조직의 발전 속도는 참기 힘들만큼 느리기만 합니다. 게다가 조직의 규모가 커지고 노후할수록 High RISK, High Return을 위한 혁신적 선택보다는 안전이 보장된 길을 선택하다보니 더욱더 속도가 느릴 수 밖에 없습니다.
하지만, 우리 사회와 조직이 이렇게 의사결정을 지연하는 중에 기술에 의한 혁신이 패러다임을 바꾸게 해줍니다. 사고와 조직의 보수화는 기술의 진보로 인하여 해체되고, 새로운 패러다임의 전환이 쓰나미처럼 덮치게 되는 것입니다.
이런 기술의 발전을 제대로 보지 못한채
카니발리제이션이 두려워 존속적 혁신에만 빠져 도태된 기업은 IT 업계에도 많습니다. WWW이라는 새로운 기술을 도외시한채 폐쇄적인 VT 모드의 PC통신의 울타리에서 점진적 혁신을 꾀하던 하이텔, 천리안이 대표적이죠. 통신 에뮬레이터 기술력을 갖추고 있던 큰사람(이야기 소프트웨어)도 마찬가지구요.
그런데, 패러다임의 전환을 통해 새로운 시장을 창출하는 것은 작은 한 기업의 노력과 시도만으로 가능한 것이 아닙니다. 지배자적인 기업과 정부의 지원이 필요합니다. 그런 면에서, 한국의 인터넷 생태계를 보면 새로운 변화와 혁신을 도모하며 패러다임의 전환을 꾀하려는 노력이 부족합니다. 그런 분위기 조성에 앞장서야 할 기업들이 제 역할을 해내고 있지 않기 때문입니다.
세계에서 유례없는 초고속 인터넷의 빠른 보급과 혁신적인 비즈니스 모델의 시도(세이클럽의 아바타 유료화, 싸이월드의 도토리...)를 통해 존속적 혁신을 취했던 한국이 3년 전부터 파괴적인 신규 시장 창출보다는 기존 시장을 지키기 위한 저비용 비즈니스 모델과 존속적 혁신만 꾀하고 있습니다.
차라리 미국처럼 지배적 사업자들이 적극 나서서 잠재력을 갖춘 벤처기업에 대한 투자와 인수에 나서기라도 하면 좋을텐데... 가진 것을 지키기만 하려고 하니 안타까울 뿐입니다.
더 안타까운 것은 기술의 발전이 새로운 게임의 법칙을 가져다 주어 그나마 가진 것을 잘 지키며 살던 기업들의 존립마저 위태롭게 할 수 있다는 점입니다. 현재의 패러다임 내에서 그나마 버틸 수 있던 지배력조차도 무의미해질 수 있는 기술이 등장하면 그 기술에 게을리 했던 기업들의 도산과 함께 해외 기업들의 물밀듯한 공세로 한국의 인터넷 산업이 위태롭지 않을까 그것이 걱정됩니다.
다행인 점은 내년도에는 우리 인터넷 기업들이 동반 성장할 수 있는 M&A가 활발하게 이루어지리라 예상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