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어제와 오늘, 엔씨소프트가 다음(Daum)을 인수한다는 소문으로 인해 주식시장에서 다음의 주가가 크게 올랐습니다. 하지만 엔씨소프트는 인수설을 공식적으로 부인한 상태입니다. 사실, 도장을 찍기 전에는 언제든지 깨질 수 있는 것이 M&A죠.
다음은 인수설에 자주 휩싸이는 회사입니다. 하지만 그간 현실화된 것은 없었습니다. 그러므로 이 글에서는 ‘인수가 된다 안된다’를 떠나서, 엔씨소프트의 다음 인수가 가지는 긍정적 요인들에 대해 세가지로 정리해 보겠습니다.
첫째, 엔씨소프트의 관점입니다. 다음 인수야말로 엔씨소프트가 제1위의 종합 인터넷 기업으로 도약할 수 있는 최고의 기회입니다.
현재 엔씨소프트는 기업가치가 3조원를 넘고, 리니지1의 누적 매출액 1조원 돌파, 리니지2의 누적 매출액 6천억 돌파, 그리고 최근 아이온의 성공을 통해 한국 최고의 게임 업체로 인정받고 있습니다. 그런데 원래 엔씨소프트는 기업용 솔루션 개발로 시작한 회사이고, 여전히 웹과 소프트웨어에 대한 김택진 사장의 관심이 큰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실제로 2006년에 오픈마루를 만들어 유능한 인력들을 모이고 오픈소스, 소프트웨어 개발, 웹서비스 등에 상당한 돈을 투자했습니다. 물론 투자한 만큼의 성과를 내지는 못했지만, 이를 통해 김택진 사장의 관심과 실험 정신이 충분히 증명되었다고 봅니다. 대기업에서 그런 시도는 결코 쉬운 일이 아닙니다.
또한 작년에는 인터넷 사업을 위해 조선일보 기자 출신의 황순현님을 상무로 영업했고, 김택진 사장의 부인인 윤송이 부사장이 포털 사업을 맡게 될 것으로 예측되고 있습니다. 엔씨소프트는 지금까지 인터넷 사업을 위해 일관성 있는 행보를 해왔습니다. 다음을 인수한다고 해서 놀랄 것이 없습니다.
엔씨소프트가 단지 게임 회사로 남는다면 모르겠지만, 종합 인터넷 기업을 꿈꾼다면 다음 인수야말로 무엇보다도 효과적인 투자입니다(물론 인수 가액이 문제겠지만요). 이미 엔씨소프트와 NHN은 사이가 별로 좋지 않습니다(서로 경쟁 게임 업체이니까요). NHN이 웹(네이버)과 게임(한게임)을 통해 강력한 파워를 행사하고 있는 상황에서, 엔씨소프트가 NHN과 경쟁하기 위해 새로운 포털을 만드는 것은 너무나도 승산이 희박하고, 다음 이외의 중하위권 포털을 인수해봐야 마찬가지이고, 오로지 다음 정도는 되어야만 NHN에 제대로 승부수를 던져볼 수 있을 것입니다.
만일 인수합병의 결과가 성공적이라면, 엔씨소프트는 나쁜 게임 업체라는 이미지를 개선할 수 있고, 사업 다각화 및 수익이 증대되고, 결과적으로 사업 규모를 확장시킬 수 있을 것입니다. (물론 인수합병 후 성과를 못 내면, 사업에 치명적일 수도 있습니다)
둘째, 다음의 관점입니다. 다음은 인수합병만이 살 길입니다. 딱히 대안이 없습니다.
다음은 지난 1분기에 매출액 507억원으로 전년 동기대비 10%가 감소했고, 영업이익은 63.9%가 감소했고, 당기순손실은 40억원을 기록했습니다. 반면에 NHN은 3224억원의 매출액과 1043억원의 당기순이익을 기록했습니다. NHN은 한게임이라는 탄탄한 수익 기반을 갖추고 있는데다, 오히려 경제 위기로 인해 1위 업체인 NHN으로 광고가 몰리면서 광고 매출이 크게 떨어지지 않았습니다. 1위의 파워를 제대로 보여주고 있는 상황입니다.
다음의 입장에서는 NHN과의 격차가 계속 벌어지고 있는데, 딱히 돌파구가 없습니다. 다음은 트래픽이 증대돼도 수익이 창출되지 않는 사업을 잘하는데 비범한 재주가 있습니다(카페, 티스토리, TV팟, 아고라 등). 다음은 현찰 보유액이 부족해서 투자 여력이 없고, 외부 전문가 및 경영진 스카우트에 인색하고, 벤처 기업을 인수해서 신규 사업을 하지도 않고(NHN은 근래 큐브리드, 미투데이, 윙버스 등의 인수 사례가 있죠), 최근 석종훈 사장의 갑작스런 퇴사와 구조조정으로 말미암아 조직 분위기가 썩 좋지 않은데다가, 다음 특유의 창의적이고 자율적인 조직 문화에도 많은 타격이 있어서, 현재의 위기상황을 돌파할 마땅한 방법도 에너지도 없다고 판단됩니다(다음을 좋아하지만 솔직히 적었습니다. 이에 대한 다른 의견이 있으신 분은 코멘트 주십시오).
엔씨소프트가 다음을 인수함으로써 다음은 새출발을 할 수 있습니다. 인수를 통해 다음에 더 투자가 되고 외부 전문가/경영진이 수혈 된다면, 다시 한번 네이버와 멋진 경쟁을 해볼 수 있을 것입니다.
셋째, 인터넷 업계의 관점입니다. 현재 한국의 인터넷 업계는 혁신과 파격이 필요한 상황입니다. 엔씨소프트의 다음 인수가 하나의 계기가 될 수 있습니다.
한국의 인터넷 업계는 지난 4~5년간 참으로 변화가 없었습니다. 물론 동영상 UCC, 블로그 등 주목을 받은 서비스가 전혀 없었던 것은 아닙니다만, 해외 인터넷 산업의 다이나믹한 변화와 비교해본다면 지난 수년간 한국 인터넷 산업의 역동성은 거의 바닥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입니다.
엔씨소프트의 다음 인수는 인터넷 산업 구조에 큰 변화를 가져오게 될 것인데, 그런 변화 자체만으로도 유의미하다고 볼 수 있습니다. 변화가 너무 없기에, 긍정적이든 부정적이든 변화 자체만으로도 의미 부여를 해야 하는 것이 현재 한국 인터넷 산업의 현실인 것입니다.
변화를 환영합니다. 이 글은 바로 그런 관점에서 쓰여진 것입니다. 마지막으로 정리해 보겠습니다.
이번 일을 긍정적인 시나리오로 보자면, 엔씨소프트가 다음을 인수하여 NHN과 치열한 경쟁을 하고 그에 따라 NHN도 지금까지의 보수적인 태도에서 벗어나 더욱 투자를 하고 신규 서비스도 만들어 내는 것입니다. 어느 한 업체가 승리하냐 아니냐를 떠나서, 경쟁을 통해 산업에 활력이 생기는 것이죠.
부정적인 시나리오로 보자면, 다음이 발전하기는커녕 더 추락하게 될 수도 있습니다. 막상 인수 후에 투자를 기피하거나 또는 잘못된 전략을 택하여 다음이 지금보다 더 나빠지는 것이죠. 인수 후에 망가지는 회사가 적지 않다는 점에서 볼 때 그렇게 될 가능성도 존재합니다.
여러분은 엔씨소프트의 다음 인수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는지요? 각각의 회사에 대한 호불호를 떠나서, 업계 재편의 관점에서 얘기해 주시면 보다 좋을 거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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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9-06-15 14:24: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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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중 일부 내용이 팩트와 다른 부분이 있어 수정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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