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iPhone에 쏟아지는 관심을 지켜 보고 있자면 참 여러 생각이 듭니다. 10년 전에 오늘날과 같이 애플이 스포트라이트를 받게 될 것이라고 누가 상상했을까요?
애플은 소수 매니아 층의 지지를 받기는 했지만 시장 장악력은 매우 미미한 수준이었죠. 하지만 최근에는 오히려 마이크로소프트를 압도하는 듯한 느낌이 들 정도로, 애플에 쏟아지는 관심과 애정은 대단합니다.
왜 이런 변화가 왔을까요? 무엇이 이러한 차이를 가져오게 했을까요? 다양한 분석이 가능하겠습니다만 저는 인터넷의 발전과 그로 인한 사용자의 눈높이 변화에서 그 이유를 찾아 보려 합니다.
마이크로소프트의 성공 요인 = 최고의 기술? 결코 그렇지 않았다
애플이 Mac OS를 처음 발표한 것은 1984년입니다. 매우 이른 시기였죠. 컴퓨터 역사에 있어 그야말로 획기적인 전환점이 될 만한 제품이었습니다. 그 시기에 마이크로소프트에서 출시한 것은 MS-DOS 2.x대의 버전입니다. 커맨드라인만 존재하는 OS였죠.
1985년 말에야 마이크로소프트는 Windows 1.0 버전을 출시합니다. 그것도 OS라고 하기에는 민망한 MS-DOS의 애드온으로 GUI만을 제공할 뿐이었죠. 기술적으로 많이 떨어지기는 하였지만 MS-DOS는 80년대 16비트 PC 시장에서 주류의 위치를 차지합니다.
<그림 1 : Mac OS 1.0 스크린샷>
그리고 동지였던 IBM과 등을 돌린 채 Windows 3.0으로 큰 성공을 거둔 마이크로소프트는 1992년 Windows 3.1을 출시합니다. 같은 시기 IBM은 OS/2 2.0을 출시하죠. OS/2의 모토였던 "a better DOS than DOS and a better Windows than Windows" 라는 문구처럼 OS/2는 기술적으로 훨씬 뛰어났습니다. 하지만 시장에서는 Windows 3.1에 밀려 참패하고 말았죠.
위의 예와 같은 마이크로소프트의 성공에는 크게 두 가지 요소가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첫 번째는 사용자의 눈높이입니다. Mac OS와 OS/2는 분명히 기술적으로는 앞선 시스템이었습니다만, 그 당시 사용자들의 수준과 비교했을 때 너무 앞서 나갔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사용자들은 많은 돈을 들이려 하지 않았고, 결국 마이크로소프트의 제품이 힘을 얻게 된 것이죠. 물론 사용자가 원하는 수준을 정확히 맞춘 것을 마케팅의 승리라고 볼 수도 있겠습니다.
그리고 거기에 힘을 보탠 것이 두 번째 이유인 마이크로소프트와 협력 업체들이 구성하는 생태계입니다. IBM은 초창기 IBM-PC의 아키텍처를 오픈합니다. 많은 수의 클론 제품들이 나타났고, 이들이 지불하는 라이선스 비용이 IBM에게는 꽤 짭짤한 장사였습니다.
그리고 그 결과로 MS-DOS와 IBM-Compatible 플랫폼을 지원하는 수 많은 업체가 나타나면서, 하나의 생태계를 형성하게 됩니다. 결국 사용자는 IBM 호환 기종을 선택할 경우 더 다양한 주변기기와 PC 본체를 더욱 싸게 구매할 수 있었죠.
반면 애플은 초기 애플II가 오픈 된 아키텍처로 성공했지만, 아키텍처를 오픈 하여 잃은 손실이 더 컸다는 판단 하에 철저히 폐쇄적인 구조를 유지합니다. 그리고 Mac OS X의 출시를 통해 분위기를 반전시킬 때 까지 서서히 고립되어 갔습니다.
<그림 2 : 80년대를 주름잡던 MS-DOS의 광고>
새로운 변화의 원인, 인터넷과 감성 지향
이렇게 형성된 마이크로소프트 중심의 생태계는 강한 응집력을 보이며 오랜 시간 독점에 가까운 위치를 마이크로소프트에게 제공해 왔습니다. 그런데 여기에 결정적인 변화가 나타납니다. 그리고 그 변화는 인터넷의 확산으로 인해 시작됩니다.
인터넷의 확산을 통해 많은 대중은 기존과는 차원이 다른 막대한 양의 정보를 흡수하게 됩니다. 그 동안은 그저 관심 있는 매니아의 영역에 속해 있던 것이었다 하더라도, 이제는 모든 이가 너무나도 쉽게 접할 수 있게 된 것이죠. 무언가 좋은 것이 있다면 그 사실이 즉시 알려지게 되는 겁니다.
그리고 이러한 빠르고 넓은 정보의 확산은 그 동안 마이크로소프트와 IBM 호환 PC를 PC 세상의 모든 것으로 생각하던 대중에게, 그 이상의 다른 것들이 있다는 것을 깨닫게 해 준 것이죠.
그리고 이러한 정보의 증가와 더불어 그 동안 진행된 하드웨어의 엄청난 발전이 사용자의 인식을 바꾸게 됩니다. 좀 더 빠른 속도, 좀 더 많은 기능만을 추구하던 모습에서 벗어나, 느낌이 좋은 제품을 선호하는 모습을 보이게 된 것이죠. 이제 사용자는 단순히 기능과 성능의 관점에서 벗어나 감성의 영역을 충족시켜 주기를 원하게 됩니다.
차세대 시장의 승자는 과연 누구?
이제 상황이 완전히 변해 버렸습니다. 그 동안 사용자의 눈높이보다 조금 높은 제품을 판매하며 큰 수익을 얻어 온 마이크로소프트가 사용자의 기대에 못 미치게 되어 버린 것이죠.
반면에 iPod을 통해 대중에게 자신의 존재를 분명하게 각인시킨 애플은 철저하게 사용자에게 감성적 즐거움을 제공하는 제품을 제공하며, 사용자의 눈높이를 조금씩 끌어 올리고 있습니다. Mac OS X의 탁월함을 기반으로 PC 사업에서 태풍의 눈이 되었을 뿐만 아니라, 다양한 영역에서 소비자에게 다가가고 있죠. 그 결과 최근과 같은 엄청난 관심의 대상이 되었습니다.
하지만 생태계라는 관점에서 볼 때, 애플은 아직 폐쇄적인 편입니다. iPod의 경우 나름대로 액세서리 업체들과 생태계를 형성하고 있다고 볼 수 있지만, 그 외의 제품들은 아직 그러지 못하고 있습니다. 이와는 반대로 MS는 여전히 탄탄한 생태계를 가지고 있다고 볼 수 있겠습니다.
과연 PC 시장에서 애플은 MS에 대항하는 강력한 시장 지배력을 가질 수 있을까요? MS의 June은 MP3 플레이어 시장에서 iPod의 벽을 얼마나 넘어설 수 있을까요? 사용자의 감성 충족에는 애플이, 여러 업체와의 생태계 구축에는 MS가 강점을 가지고 있으니 여러모로 흥미로운 싸움이 아닐 수 없습니다.
여러분께서는 어느 쪽에 배팅을 하시겠습니까?